숨겨진 뿌리, 자원봉사교육


흔히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이는 자원봉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자원봉사가 오래 도록 이어지고 활성화되기 위한 저력은 교육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원봉사에 관해 아는 것만큼 자원봉사교육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물론 외국의 경우에 있어서도 자원봉사교육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그것을 체계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이 이루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자원봉사의 뿌리를 찾아서’ 나서는 여정 속에 자원봉사교육은 숨겨진 뿌리와 같다. 우리는 이제 그 숨겨진 뿌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하지만 그 뿌리에 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아 더듬더듬 나아갈 수  밖에 없는데, 어둠을 조금 걷어 내기 위해 적십자라는 ‘실뿌리’를 붙잡고 ‘큰뿌리’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한국 자원봉사교육 흐름의 대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미국 적십자사로 부터 기부된 옷을 풀고 있는 사람들(1952)  국가기록원

  


▲ 기독교세계봉사회 구호활동(1952)  국가기록원

 

우리나라 자원봉사단체들의 역사는 오래되지만, 자원봉사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우리 사회 자원봉사 활동의 효시는 일제 강점기 적십자를 비롯해 YMCA, YWCA, 흥사단과 같은 단체들과 1920년대 태화기독교 복지관, 기독교조선감리회 등의 계몽·봉사활동 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일반화된 자원봉사 활동이 나타난 것은 1947년 결성된 적십자부녀봉사대의 활동을 비롯해, 한국 전쟁의 폐허를 복구하기 위한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이 활성화  되기 시작했다. 또한 이 시기 제정된 사회복지 관계법령과 선진국으로 부터의 원조, 그리고 학생사회개발운동, 새마을운동 등을 토대로 자원봉사를 체계화하기 위한 노력들도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지역사회학교후원회(1969), 생명의 전화(1976), 한국사회복지협의회(1978) 등에서 자원봉사자를 위한 교육과 훈련이 시작됐다.


  


 제24회 서울올림픽자원봉사요원 모집 포스터(1985)  ⓒ 국가기록원

 

1980년대 들어 한국의 자원봉사가 본격화 되는 시기를 맞는데 바로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시기의 대규모 자원봉사 활동이다.  자원봉사교육과 관련해서는 YWCA가 1982년 본격적인 자원봉사운동을 천명하며, 이를 위한 조사연구와 자원봉사자 교육·훈련을 시작했고,  한국여성개발원은 1984년 자원봉사인력은행을 설치하고 청소년 상담, 장애자 복지, 환경보전 등 3개 분야별 자원봉사 교육 체계를 개발·실시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은 1990년대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자원봉사는 급격한 성장을 맞게 된다.  1991년에는 한국자원봉사협회가 결성되고, 이어서 1994년에는 30여개 주요 민간자원봉사단체들이 모여 한국자원봉사협의회를 출범했다. 이어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1991년부터 지역봉사센터를 설치했고, 이후 행정자치부의 지원으로 전국에 자원봉사센터들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1994년에는 중앙일보가 “봉사로 기쁨을 찾자”라는 자원봉사 캠페인을 전개하고, 사법부와 행정부는 공무원 연수과정에 자원봉사활동을 포함시켰다. 한편 1994년에는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이 공교육에 포함되는 ‘5.31 교육개혁안’이 통과되고, 1995년에는 한양대학교를 비롯한 전국 10여개 대학이 사회봉사를 교양과목으로 신설하기 시작했다. 


자원봉사활동이 활성화되고 체계화 되면서 자원봉사교육에 관한 노력도 뒤따랐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 회원단체 중 대한적십자사, 볼런티어21, 한국자원봉사연합회, 자원봉사애원,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한국자원봉사아카데미 인천교육원 등이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했고, 이 시기부터 설립된 자원봉사센터들 역시 체계적인 자원봉사교육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관·단체들에서 체계적인 자원봉사교육이 실시되고 있고, 관련된 연구와 내용개발을 위한 노력도 진행 중에 있다.

 


▲ 대한적십자사의 오래된 기록들을 조심스럽게 꺼내보았다 ⓒ자원봉사 아카이브

  

적십자의 사회봉사활동과 자원봉사교육

이제 적십자의 자원봉사, 그리고 자원봉사교육에 관한 경험을 통해 자원봉사교육이 지나온 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한다. 여기서 펼쳐낼 이야기들은 대한적십자사 관계자 두 분의 친절한 경험공유와 자료제공에 근거하고 있다. 관계자 면접은 대한적십자사 사회봉사팀 문수선 팀장님과 (사)한국여학사협회 서울지부 김기정 회장님을 대상으로 2017년 2월 8일 이루어졌다.

 

앞서 살펴본 대로 적십자의 자원봉사활동은 1947년 적십자부녀봉사대―자원봉사자들은 대원이라 불렸다―가 결성되고, 전후 시설복구를 위한 노력봉사, 전쟁 이재민 지원, 군경 원호활동 등으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적십자의 자원봉사활동은 꾸준히 이어지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적십자 본연의 사명은 인도적 활동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보건의료활동, 구호활동, 사회봉사활동, 청소년적십자운동, 국제활동, 혈액관리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분단 상황에서 특화된 인도적 활동이라 할 수 있는 이산가족찾기운동, 대북지원활동도 진행돼 왔다. 적십자가 전개해 온 대부분의 활동들은 회원, 후원자,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져 왔지만, 특히 자원봉사와 관련이 깊은 영역은 사회봉사활동이었다. 70여년의 역사 속에 적십자 사회봉사활동은 아동복지활동, 군경원호활동, 노인복지활동, 청소년 선도보호활동, 시각장애인을 위한 봉사, 혼혈인 직업훈련, 국제경기대회에서의 봉사활동, 새터민 정착 지원활동과 같은 영역들을 개척해 왔다.

 

적십자의 자원봉사활동의 실행은 주로 일반봉사조직이 담당한다. 적십자의 자원봉사활동은 개별적이기 보다는 주로 모임을 구성해 진행하게 되는데, 이 모임의 체계가 일반봉사조직이다. 일반봉사조직은 일선의 단위봉사회로부터 지구협의회(기초 시·군·구 수준), 지사협의회(광역 시·도 수준), 그리고 중앙협의회로 이루어져 있다. 그 밖에도 자신의 전문적인 재능을 활용한 전문봉사조직과 수요봉사회,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 등 기타봉사조직이 있다.

적십자는 자원봉사자들이 조직의 사명을 이해하고, 활동에 필요한 역량을 익히며, 자원봉사활동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고유의 자원봉사교육을 발전시켜 왔다. 문헌을 통해 보면 1950년대 군병원 봉사활동을 위한 간병인 교육, 응급처치원 교육이나, 1961년 제작된 봉사원의 역할에 관한 소책자가 자원봉사교육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이 시기 자원봉사교육은 당시 적십자에서 근무한 직원들이 미국 적십자의 내용을 도입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적십자에 대한 철학에 대한 교육을 꽤 길게 했다. 적십자 이념이 뭔지. 탄생이 어떻게 됐는지 ... 봉사자로서 해야 하는 게 응급처치가 가장 중요한 역할로 실습이 가장 중요하다 ... 직원들이 교육을 하는데 미국이나 국제 적십자사 교제를 가지고 그들로부터 일단 배워서 전달했다 ... 응급처치법 강사도 양성했다.


이후로는 자원봉사활동의 영역이 재난구호, 사회복지 등으로 넓어지면서, 대한적십자사가 자체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이후 자원봉사교육이 체계화 됐다. 예를 들어 사무봉사원의 경우 사무교육 2시간, 기술교육 4시간, 그리고 응급처치 교육, 강사교육, 재교육 등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된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적십자의 정신과 사명에 관한 내용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개별봉사를 안하고 같이 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는 것을 보완할 수 있다. 봉사원으로 들어오면 의무로 기본교육을 받는다. 왜 이일을 해야 하는 지를 먼저 교육한다 ... 적십자 뿐만 아니라 내가 소속된 기관의 역사와 사명을 알아야 ... 그걸 모르고 적십자 봉사를 한다할 수 없고 스스로 조심을 하게 된다 ... 재교육에 있어서도 적십자 이념교육은 계속한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는 의미가 있다.


적십자 자원봉사교육의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 기본적인 내용은 크게 변함이 없다. 기본교육은 2시간, 중급교육은 4시간이다. 1985년에는 적십자 직원들이 직접 나서 관련 내용들을 체계화해 자원봉사교육 교재를 발간했고, 그간 지속적인 개정과정을 거쳐 ‘국제 및 한국 적십자운동의 이해’, ‘적십자와 자원봉사’, ‘적집자 봉사조직 및 활동’, ‘회의진행법’, ‘봉사활동에서의 인간관계’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 적십자봉사원교본(좌)과 80년대 적십자봉사원 연수 기록철(우) ⓒ자원봉사 아카이브

  

일상적인 교육의 수단으로서 ‘봉사회’

적십자 자원봉사는 개인적인 참여가 아닌, 봉사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봉사회는 10∼20명 규모의 자율적인 모임인데, 기본적으로 월례모임을 갖고, 적십자 사무국을 통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거나, 자신들이 직접 활동을 만들기도 한다. 봉사회원들은 기본교육을 받고, 이후 경륜이 쌓이면서 중급과정과 간부교육을 받게 된다. 하지만 봉사회의 힘은 관계로부터 나온다. 공식적인 교육 외에도 봉사회의 단합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친목을 다졌다.

 

“ 그 당시는 친목이 중요했다. 같이 잠을 자고 뒹굴고, 팀으로 자연을 이용해서 왕관을 만들고, 토끼풀도 뜯어오고, 협동하는 법을 배우고, 노래 부르고 ... 밥을 먹고 밤새 이야기 하고 단합할 수 있는 것을 많이 했다 ... 사무국에서 주도해서 하기도 하고 봉사자들이 주도로 하기도 하고 ... 예산이 한정적이라 모든 걸 사무국이 해주지 못 한다 ...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바자회도 하고, 헌옷 판매도 하고, 빈대떡도 부쳐서 팔고 ... 주부 봉사자가 많아서 모이면 무조건 떡을 한다 ... 교육하면서 나눠주면서 먹고. 농번기 때 시골 탁아소를 많이 해서 습관이 됐다 ... 교육을 가면 시설도 별로 인데 모여서 밤에 캠프파이어 하면서 울고 부둥켜안고 그런다.


시대가 변하면서 최근에는 이렇게 ‘끈끈한’ 활동은 줄어들거나, 다른 형태로 변모했지만, 모임과 관계를 통해 적십자의 가치를 내재화하고, 활동에 지속성을 부여하는 전통으로 자리 잡아 왔다. 모임의 기본적인 운영에 있어서도 선배 자원봉사자들이 회의를 진행하면 후배들이 오랜 기간 참관하는데, 이 과정이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 모임을 통한 비정형적 교육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활동은 선배 자원봉사자들의 사례발표다. 
 

“ 사례발표도 많이 하고 수기집도 많이 발간되면 돌려보기도 한다 ... 요즘은 사례들이 개인적인 미화나 주관적인 얘기가 많다. 내가 아는 선배가 들려주는 사례가 진짜 좋은 정보가 많다 ... 봉사원 사례발표를 꼭 넣었다. 선배 봉사원이 발표하도록 한다 ...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사례로 한 봉사자가 홀몸어르신을 돌보는 활동 중에 그분이 통증 없이 돌아가실 수 있도록 기도했는데, 어르신께서 ‘나는 여기가 좋아’라는 말씀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렇게 선배 자원봉사자가 실수한 것을 얘기해 주는 것이 실제로 큰 도움이 된다.

 

 

오늘날의 자원봉사교육

적십자의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자원봉사교육의 뿌리를 알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역사와 전통을 지니지 못한 기관·단체의 입장에서는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그 단초는 자원봉사교육에 관한 요즘의 생각과 경험들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적십자의 자원봉사와 자원봉사교육에도 그간 많은 변화들이 나타났다.

 

“ 예전에는 교육이 꽤 길었다. 숙박교육도 많고 기본교육도 8시간 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서 지금은 길면 싫어한다. 요즘은 시간이 없다. 개인적으로 영화도 보고 복지관 무료교육도 들어야하고 다들 바쁘다 ... 예전에 부녀자들이 할 일이 없었고, 적십자 활동과 교육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


이러한 변화에 따라 자원봉사교육은 의무화 되고 더욱 체계화 됐다. 봉사자들이 도움수요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교육은 꼭 필요하며, 또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몸담고 있는 기관에 대한 비전을 제대로 인식하고, 활동에 필요한 기술도 익혀야 한다. 특히 모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의 특성상 리더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리더들은 적십자의 기본정신을 비롯해, 보고서 작성 등 행정적인 부분, 그리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이해와 리더십 등을 학습하게 된다. 하지만 봉사자들은 갈수록 교육에 대한 참여동기가 낮아지고 있다. 이제 교육이 변화해야 할 때다. 변화의 열쇠는 전혀 새로운 것이라기 보다는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로부터 시작된다.

 

“ 일반 자원봉사 교육은 상식적이다. 기관의 비전, 이념 등을 교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적십자의 경우, 이념, 국제적십자운동 등의 교육할 부분이 많고 일반인들에게는 내용이 생소해서 계속 반복교육이 필요하다.


 적십자 관계자는 시대에 맞게 변화도 하면서 기본을 지켜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로 면접을 갈무리했다. 우리의 자원봉사교육은 그 어느 때 보다 체계화되고, 내용이 풍부해 졌지만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교육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본’ 즉 만남을 통해 감동과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되, 그것이 일방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아직 그 길을 알지 못할지라도, 어디로부터 출발해야 할지는 배울 수 있었다. 우리는 자원봉사교육의 변화를 이야기 할 때  늘 새로운 것, 그리고 외국의 사례들을 찾아 왔던 것 아닐까. 적십자의 경험을 접하면서 자원봉사교육의 변화를 위한 단초는 우리의 전통, 우리가 이루어 온 것들로부터 찾으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인터뷰일2016-12-30
인터뷰장소대한적십자사
인터뷰어서미화
촬영/기록서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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